아름다운동행

내 사랑이 이토록 깊었던가.

세헤라자데03
2023.01.05 14:11 | 조회 2.7k

아침마다 호스피스 계신 엄마를 만나러 간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불면의 밤이다보니

이른 기상이 적잖이 버겁다.

그래도 출근 전 엄마를 보는게 좋다.

부디 이 시간이 길었으면..

아니, 길지 않았으면..

솔로몬의 지혜속 생모의 심정이다.

내 감정보다 엄마의 고통이 더 안타까우니..

그래서 요즘 내 기도는 이랬다 저랬다 한다.

버텨주세요 하다가, 고통없이 천국 가세요 하다가..

무엇이든 엄마는 내 진심 알아 주시겠지?

서운해 하지 않으실꺼야. 우린 모녀니까..

그나저나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이

내 기도를 어여삐 봐주시려나?

오랜 냉담. 냉담자.

마음으로 크게 벗어나진 않았어도

내 주말의 안락과 휴식이 좋았던 이기적인 내가

제 발등 불 떨어졌다고 호들갑 떨며 애원하는데..

그래도 들어 주시겠지. 품어 주실꺼야.

제 부모 사랑해서 눈물로 올리는 기도니까..

저를 보지 마시고, 제 죄를 보지 마시고

참으로 선하게 살아온 제 어머니를 보시어

울어매 살아 숨쉬는 모든 순간 함께 해주시고

부디 편안케 하여 주소서.

울지 않으려 다짐 다짐하는데

눈물,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 모녀의 내력으로

아직도 마스크 사이 눈물이 콧물이 뒤범벅.

내가 울면 엄마의 열려있는 귀에 슬픔이 옮겨질까봐

참으려 참으려 하면 더욱 꺽꺽~!! ㅠ ㅠ

이토록 울어매를 사랑하였던가.

내 사랑이 이다지도 깊었던가.

엄마, 나 갈께. 낼 아침 또 올께.

엄마 이마에, 손에, 내 체온을 깊히 전한다.

늦은 출근을 하여 시어머니와 통화.

큰딸과 맏며늘. 나는 두 가지 다 잘하고 싶어.

올 해는 설이 유난히 빨라 슬슬 준비해야 하네.

어머니~!! 소고기 1등급 국거리 예약.

올해는 제가 비상이므로 갈비도 양념으로..

떡갈비랑 생선도 모두 보냈다고 전하고..

어머니, 올 해는 제 처지가 이러하니

전 부치지 마시고 동서 시켜 한접시만 사셔요.

전 부칠꺼 장보기 하시면 안돼요.

대신 추석에는 잔칫날처럼 크게 차려요.

남이 한거 못미더워 하시는 분이지만

어머니도 선선히 그러자 하신다.

시어머니 말씀 끝에

자네 건강해야 해. 자네 아프면 큰일 나.

눼눼. 알겠습니다. 어머니~

친정엄마 아프시다고 내게 친정엄마 몫만큼

더 큰 사랑 주시려는 울시모님. 감사합니다.

엄마. 이렇게 산 사람은 사는거 맞지?

엄마 떠나도 나는 이렇게 또 살아야 하는거지?

할머니 보내고 엄마가 1년을 꼬박

매일밤 묵주기도를 바치고도

어린 남매 앞에서 의연했던 것처럼

나도 남편보고 자식보고 시어르신 보며

의젓하게 살아야 하는거지?

근데 난 왜 자신이 없을까?

왜 엄마만큼 성숙한 인격체이지 못할까?

난 엄마 발끝에도 못미치는 덜 떨어진 물건인가벼.

엄마. 그래도 엄마 눈엔 내가 젤 이쁘댔지?

남들이 1도 인정못할 미모가 엄마 눈에만.. ㅎㅎ

그래서 엄마는 고슴도치. ㅎㅎ

엄마.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내 손길 그리울텐데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엄마 사랑 받기만 해서 진짜루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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