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위암 말기 환자의 13일차 사용기

세까
2022.12.24 21:03 | 조회 5.2k

안녕하세요 며칠간 눈팅만 하다가 처음 인사드리네요

위암 말기 진단 받고 제가 겪고 있는 일들을 간단히 정리해서 올리면 정보가 부족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글을 올려봅니다.

여기 글들이 가족분들의 글이 많더라고요.

환자 입장에서 쓴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지만 그래도 정성껏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쓰다보니깐 너무 장문이네요

1부, 2부 나누기도 이상해서 그냥 올려봅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하자면 일산에서 거주중인 올해 39살의 평범한 회사원 이었습니다.

한 두달 전부터 계속 속이 안좋았어요

자다가 깰 정도로 아팠고요

그러다가 12월 1일(목)에 일산차병원에서 위내시경, 초음파하고 CT찍었습니다.

결과는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바로 나온다고 하셨는데 그 다음주에 오래전부터 계획한 부모님 모시고 경주여행 있다고 하니 그럼 경주 다녀오고 12일(월) 출근전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12일(월) 출근전에 별 생각 없이 차병원에 들렸는데 위암 말기라고 진단하시라더라고요

병원을 너무 늦게 왔다고 그동안 전조 증상이 있었을텐데 왜 한번도 안왔었냐고 위내시경 왜 한번도 안했냐고 그러시더라고요

좀 억울했어요

전조증상 정말 두달전까지만 해도 하나도 없었어요

저 정말 건강했습니다.

남들보다 운동도 많이 하는 편이라 평일에는 헬스하고 수영 했고 주말에는 시간 나는 대로 등산 다녔어요

위내시경은 40살부터 권장사항 이더라고요

그전에 아픈곳도 없고 하니 위내시경 한번도 안했었고요

위내시경 영상 보여주시는데 와 이건 커도 너무 큰거에요

위를 가득 채우고 있더라고요

설명해주시기로는 10cm가 넘는다고 본인 주먹만한게 위에 꽉 들어찼다고 하시면서 수술로 어찌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그러면서 6개월 말씀하시더라고요

약물치료 한다고 하더라도 2년 살기는 힘들다고 하시는거에요

림프절과 간에도 전이되어 있는 상태이고 복수도 곧 차기 시작할꺼다 라고 하시고 제가 아직 결혼을 못했는데 다행일수 있다고 말씀도 해주시면서 주변 정리 하셔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와.. 미치겠더라고요

드라마에서 보던 일이 현실이 되더라고요

솔직히 저한테 이런일이 벌어질꺼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며칠간은 잠도 못잤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죽으면 우리 부모님은 누가 케어하지 이런 별 생각들로 정말 며칠간은 그런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한숨도 잘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할 수 는 없으니깐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쭤봤죠

의사선생님 말씀이 어차피 다른 병원 가실꺼 안다고

그런데 너무 많은 곳들 다니지 말고 2군데만 더 가봐라

그러면서 신촌세브란스하고 국립암센터 말씀하시더라고요

세브란스는 본인이 거기서 근무했었다고 예약 잡아주시겠다고 하셔서

15일(목) 오후에 라선영 교수님(나중에 알고보니 엄청난 명의여서 놀랐어요) 예약 해주셨고

암센터는 제가 직접 온라인 예약했어요

저는 어차피 수술이나 초기 위암은 아니어서 그런 분들은 다 배제했고 의사선생님 설명중에 항암치료에 집중하시는 분 골라보니 김학균 교수님 뿐이셨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예약을 했고 원래는 19일(월) 예약이 잡혔는데 안내해주시는 분께서 전화 오더니 15일(목) 오전에 시간 비어 있는데 괜찮냐고 해서 바로 예약 변경했습니다.

병원마다 필요한 서류나 자료들이 약간씩은 다르더라고요

사실 세브란스는 직접 예약도 해주셔서 그런 자료 다 알아서 준비해주시는 줄 알았는데 이거 다 환자가 해야하더라고요

월요일에 진단 받고 목요일 병원 진료 기다리면서 자료 뽑으러 병원 왔다갔다 하는것도 굉장히 외롭더라고요

별 생각이 다 들기도 하고요(같이 다니실분 있으면 굉장히 좋을꺼에요)

어찌저찌해서 자료는 준비 다 했고 목요일에 친구가 같이 병원 가주겠다고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암센터부터 들렸습니다.

(누가 되었든 같이 다니는거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김학균 선생님은 조금은 소탈하신 분 같더라고요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 얼마나 아팠냐, 지속시간은 얼마나 되었냐 등 정말 기본적인거 물어봐주셨어요

그리고 촉진도 해주셨고요

그러면서 말씀해주시기를 ‘최선을 다하겠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볼꺼고 필요하다면 수술도 하겠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이렇게만 말씀하시고 입원준비 하세요 라고 하며 진료가 끝났어요

사실 제가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료를 본거라 더 물어볼꺼도 없었고 너무 간단하게 끝나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세브란스로 향했습니다.

라선영 교수님은 소탈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에요

뭔가 여장부 같은 스타일이시고 주변을 휘어 잡는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 같았어요

다른건 없었고 제가 준비해온 자료들 체크하시고선 앞으로 어떤 치료가 있을꺼다

최신의(임상이 포함된) 표적 항암치료제를 사용할꺼고 미국에 보내서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항암치료는 1월 중순부터 시작될꺼다 라고 하시면서 정밀 검사을 위한 입원 준비 하라고 하더라고요

두 곳 다 바로 입원 예약은 했는데 대기가 걸리더라고요

대기는 세브란스는 한 일주일정도 예상한다고 하고 암센터는 보통 2~3일 예상하더라고요

집에와서 고민 많이 되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세브란스는 치료가 1월 중순이라고 하니 솔직히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김학균 선생님은 치료에 관련해서는 말씀이 없으셔서 거기서 조금 그랬거든요

그런데 집에서 가만히 고민해보니 우선은 차병원 선생님 말씀처럼 어차피 더 다녀봤자 거기서 거기일꺼라고 판단했어요

제 상황은 치료를 빨리 해야 되는 상황이니깐 둘중에 빠르게 결정하자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세브란스는 앞으로 진료받을 예정인 환자가 병원내 검사도 거치지 않았는데 어떤 치료를 하겠다고 말한다는게 처음에는 신뢰가 되었는데 이 순서가 맞나 싶기도 했어요

김학균 선생님도 이력을 보니깐 항암치료로 계속 연구하시고 계신 권위자 인것도 맞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집에서 정말 가까워 국립암센터로 결정하고 세브란스는 바로 다음날 오전에 입원예약 취소했어요

어쨌든 결정하고 나니깐 이제 가족들한테 알려야 하는게 문제더라고요

특히나 부모님께 말씀드리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직장동료, 지인, 친구 들한테 말하면서 정말 담담하게 말할수있도록 연습했어요

내가 혹시라도 감정을 너무 드러내게 되면 더 충격 받지 않을까?

6개월이고 2년이고 이런말들은 빼야겠다

그냥 평생 항암치료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는게 낫지 않을까

이런 저런 고민들 정말 많이 했어요

언제 입원하게 될지는 모르지만(예상하기로는 19일(월)에 입원 할꺼 같았어요) 입원전에는 말씀드려야 하니깐 용기내서 말씀드렸어요

최대한 담담하게 말씀드렸어요(나중에 말씀 들어보니 얼굴 표정은 그게 아니었나 보더라고요 ㅎㅎ)

그런데 더 뜻밖인건 부모님 표정이 너무 담담한거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잘 전달했다고 생각했어요(속으로는 엄청 놀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부모님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니깐 정말 아무것도 아닌거 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이 너무 슬퍼하게 되면 환자 본인은 가슴이 찢어져요

다른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척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무너지면 정말 힘들어져요

그러고나서 연락 기다리니 19일(월) 오전에 입원가능하다고 연락오더라고요

바로 속옷하고 칫솔,치약, 수건 등 챙겨서 병원에 갔습니다.(슬리퍼 꼭 챙기세요)

코로나 검사 받고 대기하다가 입원했고 첫날에도 간단한 검사 몇가지 했어요

그리고 저녁에 병원 밥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평범한거에요

아니 위암 말기를 뭐로 알고 이러면 안되지 않나 라는 생각했는데 항암전에 항암교육도 받고 의사선생님하고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먹는거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다고하더라고요

특별한 상황에서(항암중 부작용이 발생했을때에 부작용마다 제한되는 음식이 다 달랐어요) 조심해야될게 있는거지 오히려 평범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특히나 몸무게가 줄지 않으려면 중간중간에 빵이나 국수, 고구마, 감자 등 다양하게 열량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말씀듣고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암마다 식이요법이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온라인이나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이 잘못된게 많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안되는것들은 건강즙이나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너무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기름에 절인거 아니면 괜찮더라고요 비타민 류들은 너무 과하게 섭취하면 체내에 독성이 생길수 있기 때문에 식품에서 충분히 섭취될수있게 하는게 좋다고 하시네요 물론 부족하게 되면 종합비타민제 하나정도만 의사선생님하고 상의하에 드실수 있을꺼 같아요

그러고나서 입원 둘째날(20일(화))에는 간조직검사하고 위내시경으로 위조직검사하고 이렇게 진행했는데 저녁에 김학균선생님께서 직접 오셔서 몸은 괜찮냐 등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내일모레(22일(목)) 조직검사 결과 나오면 바로 항암치료 들어가겠다고 하셨어요 검사만 하고선 퇴원할줄 알았는데 바로 항암 들어간다고 하니깐 그것도 좋았어요

저는 항암 치료 하더라도 두번째 항암부터는 입원하지 않고 통원치료하게 될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케모포트를 가슴에 삽입했어요

저도 여기와서 처음 안건데 케모포트는 심장과 가까운 혈관에 연결시켜서 항암치료제 약효가 더 잘듣게 하려는 보조 도구 같은거더라고요

그거 꽂고선 식염수 맞으면서 기다렸는데 목요일(22일)까지 검사 결과가 안나왔어요 이때 약간 불안하긴 했어요

왜냐하면 처음 차병원에서 조직검사 했을때 위에 암이 생겼는데 피부암세포 조직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진단명도 정체불명의 위암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늦어지나 나에게 맞는 표적항암치료제가 없을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또 별의별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시 꺾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네요

금요일(23일) 아침에 일어나니 간호사 선생님이 오늘 항암치료 일정 잡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항암치료교육 받는데 그때 처음 알았어요

제가 받는 항암치료주사요법은 DCF요법인데 도세탁셀+시스플라틴+파이브에프유 3가지 표준항암치료제로 처방하는 일반적으로 위암에 많이 쓰이는 요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뒤에 부작용 관련해서 계속 설명 해주셨는데 솔직히 와 닿지 않았어요

그냥 아 나에게 맞는 표적치료제가 없구나 이생각만 계속 들었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최악의 최악의 상황이더라도 살아보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이겨내야지요

교육 듣고 올라와서 잠시 있으니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물 부터 맞더라고요

그전에 항암치료제가 독하기 때문에 중화시킨다고 식염수 계속 맞아요

그리고 항암치료제 맞고 중간 중간에 식염수 또 맞고요

도세탁셀, 시스플라틴, 파이브에프유 순서대로 맞는데 도세탁셀과 시스플라틴은 항암주기내에 한번만 맞으면 되고 파이브에프유는 3번 맞아야 하더라고요

도세탁셀과 시스플라틴은 약물이 들어가는게 각 한시간정도 소요되는데 파이브에프유는 24시간동안 약물이 주입되는거라 항암 주사는 거의 3박 4일 맞게 되네요

주기는 3주마다 하기로 결정되었고요

저녁에 항암 주사 맞고 있는데 김학균 선생님께서 올라오셨더라고요

이런저런 부작용은 없느냐 물어보시면서 시스플라틴이 신장에 무리를 주는 약물이다.

아직 부작용이 없더라도 오늘 밤이나 내일 많이 힘들꺼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힘든건 상관 없다고 했어요

낫기만 한다면 힘든건 이겨낼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슬쩍 물어봤죠

제게 맞는 표적치료제는 없었나요

현재 시중 치료제는 맞는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주사요법으로도 충분히 좋아질수있다고 치료 잘 해보자고 했어요

정말 아쉽고 또 아쉽더라고요

24일(토)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대기하면서 있었는데 부작용은 그렇게 잘 모르겠더라고요

다행인건가 싶기도 해서 다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12일 위암 말기 판정 받고 24일 오늘까지의 13일간 기록입니다.

이글이 환자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적다보니 너무 길어지기도 해서 누가 얼마나 읽을까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정말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제가 제일 불쌍한줄 알았어요

내가 꿈꾸던 미래가 한순간에 바뀌게 되었으니깐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와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제일 멀쩡하더라고요

어린 꼬마부터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까지 암투병 중이시더라고요

이 분들도 정말 소중한 가족들일테고 소중한 생명들이더라고요

어느하나 중요하지 않은 생명이 없더라고요

누구의 생명이 더 소중하겠어요

다 똑같이 소중한거지

암에 걸렸어도, 암이 전이되었다고 하더라도, 암이 재발했어도, 심지어 암 말기라고 하더라도 정말 중요한게 있더라고요

정말 중요한건 끝까지 정말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우리 모두 이겨낼수 있습니다.

위암 말기 환자의 사용기는 제가 겪고 느끼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계속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주기는 항암주기에 맞춰서 매주기마다가 될수 있고 한주기 건너 뛸수는 있어요

댓글로 문의주시는것들은 실시간으로 달수는 없지만 꾸준하게 답변 드릴께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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