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속아도꿈결
2022.09.01 23:40 | 조회 2.9k

어제 발인을 마쳤습니다.

사망사유는 상세불명의 심정지.

지난 8월 19일 정기검진에서 의사로부터 많이 좋아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위암으로 전절제 수술 후 계속된 장폐색도 좋아졌고 모든게 안정적이란 말씀을 듣고,

우리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일하던 중 갑자기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아빠가 쓰러지셨다고.

엄마가 발견했을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요.

사인도 모른채 아빠를 떠나보내었습니다.

아빠가 위암 수술 후 급격히 안좋아지셨고,

가족의 말을 너무 안듣고

공복에 커피를 마시고 라면을 끓여먹고는 소화가 안된다며 사이다 콜라를 달고 사셨어요.

전 포기 했습니다. 제 마음도 함께 끊어내었어요.

그리고 아빠를 미워했어요. 아빠를 쳐다도 보지 않았어요.

최근엔 탈장으로 수술도 하셨는데, 괜찮은지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8월 22일 휴가지 예약하고 가기로 하였는데, 아빠와 함께 하는게 싫다며 코로나 확산 핑계를 대고 취소도 하였어요. 제가요. 그렇게 나빴어요.

지난 몇년간, 아빠는 너무 외롭고 아프고 고통스러우셨어요.

엄마 힘들게 하는 아빠가 미워서 마음 약한 아빠한테 못된 말도 많이 했는데..

고향을 떠나 딸이 있는 청주에 와 지낸 8년 정도의 시간이 정말 지옥이었던가봐요.

아빠가 남긴 일기장에는 빨리 죽고 싶다, 형제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가족에게 필요없는 사람이다.

아내와 딸의 말이 상처가 된다. 등등등 넘 안좋은 내용의 일기가 몇년간 지속되었더라구요. 얼마다 힘들었을까요. 의지하 곳 없는 타지 살이에 가족의 냉대까지...

저는 장례식 내내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가족이라고는 엄마와 저 둘밖에 없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아빠의 형제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우리 가족을 원망하는 것 같은 자격지심에..

남 장례식을 치르듯 혼자 전투적으로 치뤄내었어요.

아빠에게 충분한 인사도 못하고 아빠는 좋겠네, 그렇게 보고싶던 형제들 만나서.. 라고 생각하며 방관자 처럼 입관과 탈장을 마쳤어요. 입관때에도 바라만 보다가 이 순간을 오래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끝까지 아빠에게 한마디 말도 못하고 얼굴도 못만져보고 친척분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입관식을 마쳤답니다.

어떻게 아빠 장례식장에서까지 그렇게 꼴통짓을 했는지...

이렇게 나쁜 딸이 어디있을까.. 자꾸 후회가 되어 많이 힘듭니다.

가족에게 싫은 소리 안하려고 노력하며 속으로 삭히던 분이었는데,

그것 마저도 뭐라그랬어요. 표현을 안한다고.

일기장을 보고 엄마가 마음 아플까봐 제 집으로 가지고 왔는데,

저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서 못견디겠습니다.

아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다 태클을 걸며 뭐라 그러던 지난 2년의 세월이

너무 죄스럽고 제가 힘들게 해서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신건 아닌지

마음이 너무 지옥이에요.

아빠라고 부를 사람이 이제 없어졌다는 현실을 오늘에야 깨닫는 제가 너무 한심하고 밉습니다.

아빠 방에 가니 아빠의 유품이랄 것도 없는거에요.

암 수술후에는 방에 틀어박혀 휴대폰으로 고스톱치는게 유일한 낙이었고,

티비만이 아빠의 친구였어요.

물론 부모님의 사정상 문제가 있었지만, 고향에서 청주로 모셔온 제가 애초에 잘못을 한 것 같고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아고 아빠에게 사랑하다는 말한마디, 죄송하다는 말한다니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고 왜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나쁜년이라는 자책만 계속 하고 있습니다...

홀로 얼마나 힘들게 돌아가셨을지...

죽는 순간까지도 외로웠을 아빠가 불쌍하고 슬프기만 하네요...

저는 어찌 살아야 할까요...

저는 천주교 신자지만 아빠 영혼이 아직은 이곳에 남아서 내 남은 얘기를, 내 마음을 알고 가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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