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호스피스 11일차

모래고래
2022.06.03 23:52 | 조회 2.3k

이번주도 어찌 연차를 낼수 있어서 아버지와

교대하러 호스피스 병동으로 왔습니다 ㅠ

아침에 신속항원 검사 받고 버스로 달려왔네요

아버지와 점심 먹고 교대해서

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난주보다 더 야윈 어머니 손발, 얼굴은 초췌하다 못해

해골이 연상될 정도로 마르신 모습..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발은 코끼리 발처럼 부었고

발은 굉장히 차가웠습니다

그나마 발마사지가 좀 환자에게 좋다길래

발을 주물러 드리니 제가 온걸 인지하셨는지

일으켜 달라고 하셨습니다

지난주는 힘을 아끼려고 하시는 모습이었다면

이젠 손끝 하나 움직이시거나, 한마디라도 하시려면

모든 힘을 쏟아내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의사선생님 말로는 2주 정도

라고 하셔서... 암이란게 이렇게 빨리 사람의 모습을

바꾸는구나 하는 무서움이 들었습니다

리클라이너로 바로 앉으시고 목이 마르다 하셔서

얼음물을 드렸습니다

소량의 물로 목을 적시고 시큼한게 먹고 싶다

하셔서 마트에서 사온 레몬과 키위, 살구를 조금 깎아

조각을 드렸습니다

즙을 최대한 빨아 드시고 나머지는 뱉으셨습니다

의사선생님께 여쭤볼떼 레몬이 산도가 높아

위에 부담이 가긴 하지만 호스피스 환자분이면

먹고 싶은걸 먹는게 맞다고 하셨습니다

그죠 하고 싶은건 다 해드려야죠

지난주에는 좀 누워서 쉬시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이제는 누워있는 것도 힘들어 하십니다

복수가 차서 배가 계속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누워있다가 답답해서 계속 옆으로 뒤척이셨습니다

옆으로 몸을 돌릴 기운도 없으신게...

계속 옆으로 몸을 돌려 등을 쓰다듬어 드리니

시원하다고 너무 좋다고

말씀하셔서 계속 해드렸습니다

뭐라도 해드릴수 있는게 참 좋더군요

그래도 보호자가 해드릴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편히 잠들지 못하시고 계속 고통에 뒤척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의사선생님을 불러 주사약을 추가하니

비로소 낮잠을 조금이나마 주무실 수 있었습니다

해가 져야 산책을 가는데 시간이 안간다고

계속 뒤척이먀 시간을 물어보셨습니다 아직도 2시 밖에

안됬냐고, 아직도 4시냐고 ㅠ 마음이 아팠습니다

5시 반이 되니 신청한 보호자용 병원식이 나왔습니다

딱 병원밥, 나쁘지 않은 그런 밥입니다

맛은 나쁘지 않은거 같은데 마음때문인지 그렇게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식사를 못하는 어머니 옆에서 밥을 먹을수 없어서

식판을 들고 옥상 정원에 있는 정자로 가서

밥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 6시 반쯤 휠체어로 어머니를

모시고 호스피스 병동과 연결된 옥상 정원으로

나왔습니다

바람이 불어 담요를 하나 덮어드리고 목이 탄다 하셔서

냉수를 종이컵에 가지고 나와 드렸습니다

하늘과 산이 얼마나 멋지던지요

우리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산에는 생명력이 넘쳤습니다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구름이 시원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다가온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앙상하게 마르신 어머니는 죽는게 이렇게

힘드는지 몰랐다고 미리 기도를 많이 할껄 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나마 이때가 하루중 제일 정신이 맑으시고

대화가 가능한 시간입니다

대형 휠체어를 거의 눕히다시피 각도를 조절해서

옥상을 천천히 많이 돌았습니다

이제 곧 있을 동생 결혼식 이야기

어머니 비석, 영정사진 등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래도 밖에 계시면 답답한 것이 조금 덜하신

것 같습니다 한 40여분간의 산책을 마치고

다시 병실로 들어와서도 통증때문인지 계속

답답하다고 하시며 뒤척이셨습니다

9시에 있을 간호사 회진을 기다리며 고통을 참고

계셨는데 다음부터는 조금만 힘든게 있어도 미리

간호사를 불러 약을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어차피 통증잡으러 호스피스로 들어온

것이니... 통증을 참거나 기다를 필요가 없는거죠

몰핀 2ml, 수면제까지 맞고도 아프다고

계속 신음하셔서 결국 간호사를 다시 불러

추가 약을 투여하고서야

겨우 잠이 드셨습니다

암환자는 저녁에 통증이 더 심하다고 합니다

어제도 새벽에 계속 깻다고 하던데 오늘은 부디

힘든것 없이 잘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이 잘 주무실수 있도록 머리맡에

잔잔한 피아노 찬송곡을 유튜브로 틀어놓았습니다

아프다고 크게 소리내시던 맞은편 병상의

할머니도 편히 잠이 들었나 봅니다 조용해지셨습니다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어서 씻으러 갑니다

샤워실에가서 간단히 샤워를하고 보호자 휴게소에서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경과를 말씀드립니다

간병을 오래 지속하시는 아버지 건강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옆으로 누울때 어머니께서

끌어안을 배게 같은게 있으면 좋다는 의사 선생님 말이

생각나 내일 올 여동생에게 전화로 부탁을 합니다

(PS 어머니가 잠이 계속 드시지 못해서

11시, 새벽1시, 새벽3시, 새벽 5시 계속 깨셨습니다

당직 간호사분이 계속 오셔서 진통제와 진정제를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답답하다고 불편함을 계속 호소

하셔서 병상침대를 세워 앉았다가 누웠다가를

반복하였습니다. 목 말라하셔서 물을 계속 드렸습니다

간호사분들 매일 이렇게 근무하시는거 힘드실텐데..

존경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긴 호스피스에서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근무하시는 간호사, 의사 분들의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누워계신 환자분들을 돌아보며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생각하게됩니다

어머니의 나이, 30년쯤 뒤에는 제가 저 병상에 누워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쩌면 더 빨리일지도 모릅니다. 더욱더 마음이 겸손해집니다, 인생을 허투루 살지 말아야겠습니다.

부디 어머니 고통이 더 심해지지 않고 평안하게 편안하게, 섬망도 거의 없이 소천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간병이라곤 거의 체험 수준으로 해놓고 이렇게 길게

글을 적었습니다. 이 카페에서 다른 분들이 적어놓은

글로 마음에 위로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혹 호스피스가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분위기가 어떤지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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