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한 할아버지 이야기

초코딩
2021.11.08 12:16 | 조회 715

제 이야기는 아니고 올 초에 제가 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반년간 입원해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병실에는 진상인 할아버지 한 분 계셨습니다.

병원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병실에 꼭 있죠.

밤에 떠들고 낮에 주무시는 분.

심지어 밤에 떠드는 것 말고도 뭘 자꾸 드시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시는데

자꾸만 화장실에 가려고 하십니다.

(이 마음은 저도 이해합니다. 저 역시 폐 상태가 나빠 화장실만 가도 힘든데

병실 자기 자리에서 볼 일을 보라니 자존심이 너무 무너지죠...)

때문에 이 분이 화장실 한 번 가려고 할 때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하여간 그 외에도 환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만한 일을 많이 벌이셨는데

나중에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악화되셨습니다.

결국에는 끝까지 절대 양보 못한 화장실 가는 것 마저도 자포자기 하시고 자리에서 볼일을 보시더군요.

그 뒤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의 손주가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방문객이 제한되어 있어 이번에 처음, 바쁜 시간을 내고 잠깐 찾아왔었습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쇠약한 상태로 누워있던 모습이 아닌 정말 기쁜 목소리로 손주를 반기시더군요.

기쁨을 너머 서글피 우시면서 손주를 안으셨습니다.

이것도 잠시 할아버지 몸 상태가 안좋아서 금방 드러누웠고 가족들은 모두 할아버지를 걱정하셨습니다.

손주는 할아버지 상태를 잘 모르는지 옆에서 심심해하다가 할아버지 핸드폰을 만졌는데

바탕화면에 자기 모습이 떴는지 "어? 이거 나네" 하는 겁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 손주는 진짜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겠지요.

이후 손주 일행이 떠나가고 할아버지는 3일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뭔가 마지막으로 손주 이름을 서글피 부르면서 우시던 게 기억에 남기도 하고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손주 일행이 다행히 시간을 내서 찾아왔던게

하늘이 할아버지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뭔가 정말 영화 같은 기적을 본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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