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10개월차 암환자 경과 보고 올립니다^^

폐육본l투병몽
2021.10.13 17:43 | 조회 6.1k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오늘도 기도 후 잠깐 누워 어김없이 동행을 방문해 둘러보다가 문득 하고 싶은 것이 생겨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진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항암 부작용 대처법부터 여러 암통들, 그리고 식사법까지 동행을 통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아왔던 것 같아요. 항상 궁금한 것이 생기면 동행부터 켜서 검색해볼 정도니 동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요?ㅎㅎ

어제는 어머니 위에 있는 혹 검사를 할 겸, 제 머리 mri 검사도 할 겸, 저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삼성병원을 다녀왔어요. 제가 있던 곳은 본관에 있는 내시경실 앞이었는데 그곳에서도 핸드폰을 통해 동행을 들여다보고 계신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동행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계실 누군가를 위해 제가 이제까지 도움받았던 것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의미를 담아, 추후 누군가 궁금증이 생겨 검색했을 때 저의 글을 통해서 조금은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두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저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지금까지의 치료 경과를 올려볼까 합니다 ㅎㅎ

글재주가 없어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개떡같이 갈테니 찰떡같이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개인 신상 : 34살(88년생) 남성

병명 : 육종암 뇌전이 4기

1. 수술 및 항암

- 2020년 12월 중순 목디스크 의심 통증 발발

- 집 앞 정형외과 방문 > 목디스크 관련 약 처방

- 더 심해지는 통증에 같은 병원 재방문 > 의사의 권유로 mri 촬영

- 소뇌 부분에 5cm 이상의 큰 혹 발견 > 대형병원으로 직행

- 뇌종양 진단과 동시에 폐암 진단

>>당시 의사의 말로는 "이러한 특징의 뇌종양은 원발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폐암이 원발일 것이며, 이정도 크기면 이미 몸 곳곳에 다발성 전이가 의심된다. 몸을 갈라봐야 알겠지만 다발성 전이라고 한다면 우리 병원에서는 치료의 방법이 없다" 통보

- 부모님의 권유로 곧바로 삼성병원으로 전원

- 급한 환자로 분류돼 응급실에서 수술의(사) 수술일자 배정 : 응급실 입원 이틀 뒤 감마나이프 시술, 나흘 뒤 뇌종양 제거 수술(크리스마스를 전후로 24일, 26일ㅋㅋㅋ)

- 신경과 입원 중 폐암이 아니라 육종암으로 진단명 변경

- 육종암 중에서도 어떤 육종암인지가 중요한 데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없어, 하버드대학(?) 관련 병리과에 조직검사 재의뢰 > 역시 알 수 없는 육종암으로 전달 받아서 결국 '불분명한, 분화 나쁜 육종암'으로 가분류 후 항암 시작

- 1월 중순 퇴원, 1월 말 1차 항암 시작 > 6월까지 총 6차 항암 후 종료(독소루비신+이포스파마이드 조합, 1회당 4박 5일 입원, 4일간 96시간 연속 항암), (첫 항암을 6차까지만 한 이유는, 독소루비신이 심장독성이 심해 인간에게 투여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있다고 들음)

- 4월 상반신 ct에서 암의 크기가 다소 줄었다는 소식 접함, 4월 mri에선 감마나이프 시술한 다발성 뇌종양이 다소 줄었다는 진단결과.

- 항암 종료 후 7월 ct에선 암의 크기가 이전 ct와 대동소이하다는 진단결과

- 육종암의 종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항암이나 이후 치료에 대한 커리큘럼이 없어 담당하시는 의사분도 어떤 항암제를 써야할 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셨음 > 항암을 쉬자고 통보받음

- 얼마뒤 지난 1월 조직검사 시 함께 의뢰했던 유전자 검사에서 희귀 유전자(RET fusion)이 발견됐다고 연락 받음. 이를 통해 항암을 진행할 수 있을 지 알아본다고 함.

- 관련 임상은 모두 닫혔지만 한 제약회사에서 RET 보유 환자들에게 임상약을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가 있다고 하여 삼성병원을 통해 신청.

- 현재 8월부터 프랄세티닙(BLU-667) 임상약 복용 중

2. 부작용

1) 독소루비신+이포스파마이드

- 독소루비신에 대한 부작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얘기는 카페와 여러 블로그 글들을 통해 익히 알았기 때문에 굉장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음.

- 1차 항암 후 큰 부작용이 없길래 아직 안 나타나나보다 2차 때 더 심해지겠지 3차 때 더 심해지겠지 하다가 6차 항암을 마침

- 4차 항암 때의 부작용이 가장 심했는데 대체로 병원에서는 힘이 없어서 하루종일 누워있어야 했음. 어떻게든 운동하고 싶어서 일어나더라도 얼마 걷지 못하고 기력이 없어 다시 침상을 찾게 됨. 인간의 의지로 될 수 없구나를 느낌.

- 입맛이 없는 것도 매우 심했는데, 이건 병원밥이 드럽게 맛이 없었던 것도 크게 한몫했다고 봄. 4차부터는 병원 지하 1층 밥을 포장하거나 특식을 이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밥을 먹으려고 노력함

- 구내염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음.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구내염 예방제인 핵사메딘?을 꾸준히 사용함.

- 2차 항암쯤 하여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4차 쯤 되니 온 몸의 털이란 털이 다 빠짐.

- 오심도 있는 편이었지만 다른 분들에 비하면 나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음. 다만 잠에 들기가 좀 힘들 때가 있긴 했는데 오심 방지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 줌(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고 생각함)

- 항암 관련 유튜브를 제작하기 위해 영상을 찍었던 적이 있는데, 영상에 있는 독소루비신을 보고 집에서 구토할 뻔한 적이 있었음. 지금도 독소루비신을 떠올리면 약간은 매쓱거린 정도.

- 다른 암환자가 이포스파마이드로 항암하며 생긴 부작용을 쭉 얘기하는데 나와 굉장히 비슷해서, 이것들이 혹시 이포스파마이드에 대한 부작용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함.

- 손발톱 자주 갈라짐

- 몸에 검은 반점 몇 개가 생겼음

2) 프랄세티닙(BLU-667)

- 경구용 항암제로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유명함.

- 면역력이 바닥을 찍은 적이 있음, 백혈구가 정상범위에서 한참 부족한 수치에서도 아래로 반토막이 났었고, 혈소판이 바닥을 쳐버림. 병원에서는 프랄세티닙을 복용하는 젊은 환자들에게서 간혹 이런 부작용이 일어나긴 하는데 뚜렷한 대처방안은 없었던 것 같음. 지켜보자고 함.

- 팔 다리가 엄청 저리고 간혹 느낌이 조금 적어지는 정도일 때도 있음. 현재는 다리만 저린 정도며 다리 저린게 일상이 되어버려서 인지 그냥저냥 지내고 있음. 족욕과 걷기로 대처하고 있긴 한데 무의미 한듯..

- 손발톱 갈라짐

3. 전원 썰

- 지금도 삼성병원을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 전원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음.

- 삼성병원이 못미덥거나 별로여서가 아니라 단순히 "살고싶다"는 의지에 따른 전원 타개.

- 육종으로 치료받던 때의 담당의께서는 "이 병은 치료될 수 있는 병이 아니에요" "항암을 한다고 낫지는 않을 거에요" "다음 항암제를 어떤 것을 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어요. 일단 쉬어요" (뭐 물어보면)"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는 등의 차갑고도 형식적인 대답을 자주하심. 의사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에 뭐라할 수는 없었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음.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항암을 멈추고 싶지도 않은데, 저런식의 대답을 들으면 "그냥 죽는 날 기다리세요"라는 얘기와 다를바 없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다른 병원이라도 찾아야한다고 생각했음

- 처음으로 찾은 것은 '서울대'와 '세브란스'. 서울대에는 매우매우매우매우 유명한 폐암 전문의사이자 폐육종까지 담당하시는 분이 계셨기 때문에 그분의 얘기들도 들어보고 싶고 해서 진료 예약. 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퍼컷을 쳐맞고 시무룩하여 돌아와야했음.

> "치료 방법이 없는 것은 똑같다. 다만 나중에 면역항암은 꼭 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짧으면 6개월 길면 3년 본다. (그래도 완치한 케이스가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없다. 내가 본 케이스는 딱 한 경우인데 그분은 진짜 드라마틱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젊은데 안타깝다."는 대답을 돌려받음. 지금 생각해도 존나 분함.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시한부 때려버리더니 희망까지 잘라주셔서 덕분에 3개월 우울증에 푹 빠져서 "난 죽는구나"하고 누워만 있었음

- 세브란스 역시 육종으로 매우매우매우 유명하신 분이 계심. 당시 그분께서는 다학제를 시작하시는 단계였는지 나에게 다학제를 문의하심. 난 무엇이든 다 괜찮다 진료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다학제로 첫 진료를 봄.

> 돌아온 대답은 "딱히 다른 치료 방법은 없다. 우리가 했어도 독소루비신을 사용했을 텐데, 아쉬운건 독소루비신과 면역항암을 같이 사용하는 병용요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었다. 하지만 이미 독소루비신을 시작해버렸기 때문에 그것마저 불가능해졌다. 조직검사와 유전자검사가 나오면 다시 방문해달라.(추후 얘기하겠지만 조직검사와 유전자검사가 매우 늦게 나옴)

- 이후 삼성병원에서 6차 항암까지 마치고, 또다시 더이상 항암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전원 타개

- 서울대병원에서는 정신적 어퍼컷 쳐맞았던 기억있어서 이번엔 세브란스만 방문했지만, 관련 임상이 모두 닫혀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얘기만 듣고 돌아옴. 다행이도 감사하게도 삼성에서 항암을 할 수 있게 되어 지금까지는 해피엔딩?

4. 조직검사와 유전자검사

- 육종의 종류를 알 수 없다보니 조직검사가 굉장히 늦게 나옴. 1월 초에 시작해서 2~3일 걸린다던게 2주 정도 기다려달라는 얘기를 들었고, 결과를 6월에 듣는 초불상사가 발생하게 됨. 그마저도 "알 수 없는 육종". 사실상 결과가 나왔다기 보단 결과를 추정하여 단정한 것일 뿐.

- 유전자검사에서는 굉장히 굉장히 기대하던 PD-L1 발현율이 높게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0%로 나옴.(ㅠㅠ) 하지만 기적적으로 RET fusion이라는 희귀 유전자가 나와 그것으로 현재 항암 중.

- 결론은 4기 이상 환자는 무조건 필히 유전자 검사를 받으라는 저의 간곡한 추천...권유..바람...

5. 식사와 보조약

- 자연식도 일반식도 아닌 fusion식인 것 같음.

- 암 진단 초기 부모님께서 정말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셔서 식이조절에 박차를 가했고, 당시엔 풀떼기도 많이먹고 고기도 많이 먹어왔음. 고기가 안좋다는 얘기도 많았지만 항암하느라 기력이 매우 없었기 때문에 항암중에만이라도 고기를 먹자 하셨고, 붉은피 육류만 먹기보다는 생선과 조류을 잘 병용하신 듯.

- 현재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외식도 하고 배달도 시켜먹고, 이번 여름엔 아이스크림도 두번 먹었고, 이제까지 라면도 한번 먹었고 한 듯. 다만 그와중에 죄책감을 덜기 위해 배달은 사골곰탕류 혹은 쌀국수?와 같은 것들을 먹고, 라면도 한살림에서 파는 감자라면으로 먹음.

- 아침에는 한살림 야채수, 황성주 생식+자연드림 두유, 자연드림 토마토로 먹고 점심 저녁은 오리고기, 미역국, 불고기, 갈치 등등 다양하지는 않게 먹고 있음..(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천도 감사합니다ㅠㅠ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쉽지 않네요)

- 보조약은 멀티비타민, 비타민C, 오메가3, 유산균을 먹고 있고, 예전에 미역귀환과 작두콩환도 먹었지만 병원의 권유로 끊게 됨. 지금도 이것저것 다 챙겨먹고 싶지만, 이것들이 간수치를 높일 경우 항암제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자제 중.

- 식사와 보조약은 검색과 수소문을 통해 알아본 뒤 개인의 기준과 상황에 맞게 각자 나름대로 정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행에 "과일을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할 정도로 궁금한 것들이 많았지만, 조금씩 제 나름이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먹는 것을 정하는 게 스트레스 방지에도 이로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6. 암통

- 지난 1월 1차항암 직후 기침을 매우 심하게 했음. 동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지만 무효. 어쩔 수 없이 기침으로 3주를 고생하다 삼성병원에 진료가서 물어보니 "폐에 있는 암이 그렇게 큰데 기침을 안하고 베겨요? 약 같은 걸로 멈추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라는 답변을 들음.

- 폐에 흉수가 꽤 많이 차서 2달가량 잠자리가 불편했음. 한쪽으로 눕기를 힘들어했고 반대쪽으로 누워도 불편한 정도. 자다깨다를 반복했지만 이 또한 다른분들에 비하면 엄청 심한 정도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이정도라도 감사하며 생활한 듯...

- 뇌종양 제거 수술 후 다발성 전이가 남아서 인지 뇌종양 수술 후유증인지 간헐적 두통이 계속해서 있음. 현재는 뇌압이 오른것과 비슷한 정도의 두통이 간헐적으로 발생.

- 뇌종양 제거 수술한 상처부위가 지난 6월까지는 계속해서 통증이 있었음. 현재는 괜찮은듯? 언제 사라진지 모를 정도로 갑자기 사라진 상태.

7. PICC

- 일명 말초삽입형중심정맥카테터.

- 팔부터 심장까지 관을 연결해 항암제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 보통은 케모포트를 이용하지만 나는 무슨이유에서인지 모르겠는 PICC를 이용함.

- 일단 굉장히 불편함. 샤워할 떄도 그렇고 1주일에 한번씩 헤파린을 삽입하고 소독을 해줘야 하는데, 나는 정말 다행이도 방문간호사를 신청할 수 있어서 편하게 했지, 집에서 직접하시는 분들이나 근처 병원 내방하셔야 하는 분들은 진짜진짜진짜 힘들거라고 봄..

- 생각보다 넣고 빼는건 아프지 않음. 사실 넣었는지 뻈는지 모를 정도임.

- 근데 그래도 엄청 무서워했음.

- 혹시나 PICC가 움직이진 않을까 잘못되진 않을까 하루에 50만번 쳐다보는 부작용이 생김. 방문간호사가 답답해할 정도였음. 살짝만 피나도 방문간호사에게 사진찍어서 이거 어떻게 하냐고 물어볼정도로 귀찮게 했음.

- 근데 환자라면 귀찮게 해야한다고 생각함. 우리는 알 수 없으니까. 모르면 물어봐야한다고 생각함.

- PICC가 있는것을 인식해서인지 팔을 매일 이상하게 들고다녀서 PICC를 제거한 후 두달은 어깨 통증으로 매우매우 고생했음. 현재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 (이건 아마 저만 그럴겁니다..;)

8. 정신적 고통

- 스스로 "암은 정신병이다"라는 명언(?, 혼자 뿌듯해하는 중)을 만들어내며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한 삶을 살았음.

- 진단 초기에는 병원에 있는 디스트레스 상담실도 방문해보고, 관련된 좋은 책자들도 읽어보고 책도 사보고 신부님들과 대화도 해보고 정말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음.

- 그냥 하루종일 "나 언제 죽나" "살 수 는 없나" "살고 싶다" "죽기 싫다" "내가 왜 암에 걸렸을까" 등의 생각을 무한으로 반복하면서 최고의 피폐한 삶을 지내게 됨.

- 매일 같이 울었음. 하루에도 수십번을 울었음. 침대에 누워 생각하며 울고, 성가를 들으며 울고, 걷기 산책하며 울고, 기도하며 울고, 미사드리며 울고, 와이프랑 대화하다 울고. 울보 그자체.. 지금도 간혹 울컥하는 경우가 많음. 그래도 지금은 대성통곡까지는 안하는 듯...

- 다른 암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많이 찾아다닌 듯. 아름다운 동행이나 유튜브에 매일같이 "4기 암" "암환자" "시한부" 등을 검색했음. 세상에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소속감(?) 유대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됨.. 그만큼 암환자는 가족이 옆에 있어도 지독히 외로워 한다고 생각함.

- 서울대에서 묻지도 않은 시한부를 선고받은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음. 그날부터 침대에서 누워 울며 일어날 생각을 못했던 것 같음. 시한부라는 것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여명까지 들어버리니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생각함. 차라리 몰랐다면..이라며 서울대 간 것을 수도 없이 후회함.

- 그러던 중 유튜브에 있는 다른 암환자들의 영상을 즐겨보게 됨. 예전에 올린 것부터 쭉 보면서 정신적으로도 정보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게 돼 계속해서 시청하게 됨.

- 그러던 중 어느 한 유튜버 영상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암환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유튜브를 시작해봐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도 그 정신적 힘듬을 이겨보고 싶은 마음에 그날 바로 유튜브를 시작함. 다른 것들도 좋았지만,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하지도 못하는 영상편집 한다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고 있으니, 암과 관련된 생각을 그때만큼이라도 덜하게 되어서 매우매우 행복했음. 암을 걸리고 나서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기분을 느껴본 것 같음. 무언가 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지독히도 많이 노력했음. 캘리그라피 강의를 신청했고, 야나두를 신청했고, 드로잉 강의를 신청했고, 책을 몇 권을 샀는 지.. 근데 그중에 나를 몰두할 수 있게 한건 유튜브 였음.

- 꼭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하나 몰두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함.

- 암환자는 정신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정지음.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 물러져서 덜 힘든 분들이야 많겠지만, 나같이 예민한 놈들은 암에 걸려도 성격도 안바뀌고 아직까지 이러고 있음.. 오늘도 "청년 자살"을 검색해 볼정도로 갑자기 휙휙 미쳐버릴 떄가 있는 상황이지만, 겁쟁이인 나는 자살도 무서워서 못할걸 뻔히 알고 있어서 스스로 안심이 됨.

9. 암에 걸린 이유에 대한 고찰

- 내가 암에 걸린 이유를 정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찰했지만 정답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스스로 내린 결론은 스트레스.

- 술을 매우 즐겨함. 담배는 짧은 기간 피다가 잠깐 전자담배로 이동한 상태였음. 담배핀 기간이 길지 않고 꼴초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암세포를 키우는데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함.

- 술이 암세포를 키우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음. 술은 당류 그 자체기 때문에 암세포가 좋아할 수밖에 없을테고, 나는 술과 함께 사는 놈이었음. 직업적으로 술을 자주 마시기도 하지만, 술을 마신다는 그 상황자체가 나에겐 매우 행복이었음.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와 동료와 오늘 애기, 내일 얘기, 아쉬운 얘기 이것저것 나누면서 화도 내고 웃기도 하는 그 술자리 자체를 나는 너무 사랑했음. 암 진단을 받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와이프와 한번씩 함께 한잔하는게 너무너무 행복하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잠들기도 했었음. 지금도 술을 못마시는 것 자체는 정말 슬프고 아쉽지만, 한잔이라도 마실 생각은 추호도 없음.

- 스트레스를 사서 받는 타입임. 스트레스를 사서받는 타입인 사람을 정말 많이 봤지만, 그중 내가 갑이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스트레스를 대량구매하곤 함. 하지만 그런 생각에 생각을 꼬리물어 깊은 곳까지 파고는 습성이 나를 먹여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음...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암 4기, 시한부 인생임.

- 암에 걸린 이유를 찾을 수는 없지만 암이 커지는 것을 도운 것들은 여러가지 생각할 수 있었음. 새집으로 이사하며 안 좋은 성분들을 대량으로 섭취한 것, 화장실 청소할 때 엄청 빡빡하는 스타일이라 락스 지독하게 뿌려놓고 뜨거운물 뿌려 씻으면서 그것들을 내 코로 다 마셔버리는 대담함, 잠깐 이직했던 회사에서 퇴근을 11시 넘어서하기를 밥먹듯이 하면서 피곤에 쩌들어 버렸던 나의 삶.. 등등 여러가지가 복잡시럽게 힘든 암진단 이전의 1~2년 이었음..

10. 여러가지 특이사항

- 분명 암진단 2년전 건강검진을 시행했음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던게 갑자기 뇌전이 4기암까지 커져버린 것은 아직도 의문... 병원에서 건강점진을 했었다구요? 하며 매우 놀라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함..

- 나에게는 뇌종양 제거수술 이후 이미 1차례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함. 지금도 보면 뇌종양 제거 수술 예약을 빨라도 몇주뒤 늦으면 몇달뒤로 잡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응급실 입원 이틀만에 수술해버린 나는 얼마나 급박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 수술 후에도 상태가 좋지 않아 기도관 삽입까지 했고, 중환자실에서 매우 오래 있었으며, 일반 병실로 옮긴 후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정신도 못차려서 복안, 복시 등은 계속 안 좋을 수도 있고, 스스로 나는 바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던 듯.

- '걷기'가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중요하다고 생각. 뇌종양 제거 수술 후 일어나지 못하던 나에게 어떤 간호사분이 "괜찮아지시려면 자꾸 일어나서 걸어보셔야 해요"라는 말을 해줬고, 정신도 없는 상태에서 나는 "걸어야겠다"고 미친듯이 의지를 다졌던 것으로 기억. 잘 안보이고 어지롭고 하던 것들도 걸으면서 전부 조금씩 호전되는게 빨라졌음. 나는 그때의 나를 '걷기'가 살렸다고 지금도 생각함... 걷기... 놓칠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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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것만 쭈욱 적어봤습니다. 분명히 빼먹은 것들도 많을 터인데 그것들은 생각나면 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여러분 모두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궁금하신 점들은 언제라도 질문주셔도 됩니다. 암을 이제 막 진단받으셨던 분들이나 가족이 진단받으신 분들은 정말 궁금한게 많으시죠... 제가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성심성의 껏 답변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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