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고 나서 미래가 불확실해졌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가 겪는 공통의 불확실성일테지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암에 안결렸다고 미래가 확실한가요?
사실 미래라는 것은 원래 모두에게 불확실하고
불특정 다수에게는 예상치못한 일들이 늘 들이닥치고 있는데도
암에 걸리고 나니 그냥 뭘 해서는 안될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밀려들더라고요.
오늘은 다소 일기가 되어버릴것 같은 이야기네요.
저는 원래 카페 이런데서 활동하는 성격이 아니예요.
심지어 SNS도 안하고 카톡도 잘 하지 않는 편이죠.
그런데 도대체 뭐에 씌어서 동행에 들어와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는지
지난 글들을 보면 뭐에 홀렸나 싶을 지경이랍니다.
저는 지금까지 두가지 직장을 다녔어요.
20대에서 30대까지는 언론사
30대 후반에서 암걸리기까지는 금융계통.
정말 지멋에 얼마나 꼴값을 떨고 살았을지 상상에 맡겨드려요 ㅎㅎ
금융자문쪽은 업무가 방대하고 너무 출장이 많아
1년에 반이상을 집을떠나 있었어요.
자연히 아이들 돌보는건 제 일이 아닌것으로 알고 살았던게
지금와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고
역설적으로
암걸리고 집에 눌러앉으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삶이
제가 얻은 가장 축복된 시간이기도 해요.
저는 더이상은 아이들을 떠나 산다는것을 상상도 할수 없고
돈이고 뭐고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생활을 1도 하고싶지 않기에
포지션을 기획쪽으로 바꾸어 특별한 일 없이는 재택으로 일하기로 했어요.
내 인생은 내 새끼들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것이 다다 이러면서요.
그런데
그런데.
진짜 그런데....
정말 제 인생에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이 생겨버렸어요.
제가...
감히...
신학대학원을 지원하게 되었어요.
살다살다 정말 무슨 이런 일이 있는지...
아 정말...살면서 상상도 한번 안해본 일이고
지금도 귀신이 홀린듯이 끌려가고 있지만
저는 정말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목회같은건 할 마음도 능력도 절대절대 없고
그냥 일단 크리스찬실용이론쪽으로만 공부할 생각이예요.
설마 내가 박사과정밟고 목회하는 그런 천지개벽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어휴 제가 신학대학원을 가다니 정말 개명하고 성형하는 사람들 맘을 알것같아요 ㅋ.
예전에 저를 아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 ㅠㅠ
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소명이 생겼다고 말해도 될까요.
11월에 원서마감, 3월안에 발표라는데
절대 합격기도하지 마세요 다들 ㅎㅎ
누가 저 좀 말려줬으면~~
신학대학원을 지원하게 된 더 원초적 동기가 있긴 하지만
일단 단면만 설명하자면....
동행에 들어와 여러 환우들과 소통하면서
아픈 사람들이 왜 하나님을 알아야하는지를 실감했고
그래서 환자들을 카운셀링하는 일에 관심이 가서
카운셀링 라이센스따려고 서치하다가
세상에나 만상에나
진짜로 환우대상으로 크리스찬 카운셀링을 하는 기대이상의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것만 공부하려고 했던것이
모집요강 옆에 교도소 수감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운셀링 하는 라이센스도
같이 발급하는거예요. 제가 이쪽이랑 좀 친하쟎아요 ㅋ
그래서 라이센스 두개를 따려고 보니
그 학교 대학원을 지원해서 공부하면 그 두 라이센스를 같이 획득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과정이 라이센스 두개따는 시간이랑 비슷.
뭐 이런식으로 물고 물려서 혼자 꼬시김을 당해서 지원을 하게 된거죠.
그러니까 이렇게 제 인생이 꼬이게 된건 동행이 동기부여를 하면서
한몫을 하게됐단 이말씀인거죠 ㅋ.
아직 원서도 안쓰고 합격은 더더욱 한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몸은 졸업장따고 플랜A,B,C하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송구스럽지만
제가 신학대학원을 가는게 하두 기가 막혀서....
내가 왜 이런지 몰라~~~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사실 이게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고
항암중부터 발동한 일이지만
에이~~내가 무슨 신학대학원~
이러면서 요래조래 잊어먹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냥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저의 현재 이런 상황은 아무도 모르고요...
남편도 이제 곧 저의 포스팅을 보고 알게 될 참입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심히 기대되네요 ㅋ
암걸리고 저처럼 꿈을 잃어버린 분들이 계시다면
암을 통해 얻게 된 우리의 소명이 분명히 있을거예요.
고난이 은혜가 되는 결과물이
결국 소명을 찾는데 있는게 아닌가 조심히 짐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