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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가 함께 지내온 세월이 31년이 지났어.
두 아이는 자기 몫을 하면서 잘 살고 있지.
이제 찬란했던 시절은 지난 것 같아.
나에게 찾아온 암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그저 세월이 지나가면서 문지방이 닳고
칠이 벗겨지듯이 우리도 낡아진 것이겠지.
나 때문에 힘든 거 알아.
이가 빠진 동그라미에게 닥치는 덜컹거림을
겪어보지 않은 당신이 감당하기 버거울거야.
하지만 나는 당신을 믿어.
두 아이를 낳고 길러낸 사람이 당신이고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게 알뜰한 살림을 꾸려낸 것도
당신이고 막내 며느리지만 시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셨던 사람도 당신이지.
이가 빠진 곳은 시간이 지나면 굳은살로 채워질거야.
우리가 지나온 시간 속에서 겪었던 많은 변화처럼
이 모든 일들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될거야.
죽음도 삶의 일부고 혼자 살아가야 하는 일도 언젠가
닥칠 일이지.
당신이 좋아하는 다육이와 꽃나무들이 가득한
정원 하나 만들어주고 싶어. 그것들이 나를 대신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 속에서 당신의 영혼이
기쁨과 감사와 자비로움으로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두 아이로부터 태어날 새로운 생명들과 더불어
그 작은 정원에서 우리의 삶을 겸손하고
가지런하게 다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