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TIJ]암은 모두에게 메세지를 품고 온다

이기자후후l대본
2020.12.12 15:06 | 조회 951

이번 6차 항암 부작용은 5차때보다 조금 더 수월했어요.

투약중 알러지 사태를 한번 일으킨것 말고는 회복이 더 빨랐네요.

날씨가 좋아서 멈추지 않고 걷기를 한 것이 어김없이 도움이 된것 같아요.

부작용이 골고루 오긴 하지만 다 때마다 견딜만큼 오는것 같아요.

일명 지랄 총량의 법칙인것인가....부작용의 합산 총량이 늘 같다는...

우리는 암 판정받고 수술받고 항암받고 등등

이런 과정들 속에서 생각과 계획이 변하기도 하고 정리가 되기도 하지요.

저역시 암판정후 항암 6차까지 크게 세가지가 총체적인 정리가 된것 같아요.

1. 돈

자발적 백수가 된지 어언 반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자발적 백수는 실업률 계산에 포함될 자격도 없다는데...

결혼 생활 20년 넘게 내 것은 내것이고 니것은 니것인것으로 살아오다가

백수가 되고 나니 내 것은 빵원이고 니것은 전부 내것이다가 되어버렸네요.

사용권한은 있지만 경제적 주권을 잃어버린것은 일단 자유를 제한 당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주권이 남편에게 있으니 남편이 무병장수하며 열일 하기를 바라는

넘치는 사랑이 생겨나게도 되었네요.

그런데 돈이라는게 여유있게 벌때는 뭔가 항상 일을 벌이고 모자라더니

그냥 없거니 하고 있으니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되네요.

벌어서 쓰나 안벌고 안쓰나 비슷한 결과값이 나오는 셈법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암에 덜컹 걸리고 나니

그노무 물욕은 다 어디로 도망을 간건지 돈에 대한 입맛이 떨어졌다고나 할까요.

항암의 신박한 부작용 - 물욕이 사라졌다 !!!

2. 인간관계

말이 필요가 없이 쓰나미 처럼 인간관계가 정리가 되었지요.

저는 회사 관계자등 꼭 알려야만 하는 사람들 외엔 아무에게도 병을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저처럼 이러신 분들 우리 기본적으로다 성격이 안좋음을 인정하고 ^ ^

그러니 제가 인간관계가 정리된것은 누군가가 어찌해서가 아니라

이처럼 암에 걸려 멈추고 보니 저의 진심이 들여다 보이더라는거죠.

시간과 힘이 넘쳐 난다고 생각했을때 좋았던 사람들이

내게 어쩌면 시간이 한정될수 있다고 생각하고 보니 그 마음이 같은 마음이 안되더라고요.

결론은 기 승 전 가족. 가족이 결국 우리의 전부구나 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람관계에서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마라는 전도서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디자인하신 가족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게도 되었습니다.

그래본들 열받으면 신랑에게 아직도 천불이 끓어 오르는걸 보면 사람은 참 안바뀌지유~~

3. 소명

아~~ 이 세번째...어렵습니다.

지금껏 꿈이나 비전으로 불러왔던 제 미래에 대한 지도.

일단 저는 꿈이나 비전을 접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내가 계획해 온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암걸리는 순간에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영원한 백수로 살아야 하는가..... 직업에 복귀하고 안하고가 재발에 영향을 주는지도 엄청 검색을 했더랬어요.

결론은 직업 복귀 유무가 문제가 아니고 그 일이 주는 스트레스와 업무환경, 예를 들어 밤샘을 자주 해야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수 밖에 없는 직업 (모든 직업이 스트레스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스트레스 베이스의 직업군이 특별히 있습니다)들은 복귀를 안하는게 맞다고 판단이 들었습니다.

일단 제가 하는 일은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업종이라 남편도 업무 복귀는 절대 반대를 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세웠던 꿈과 비전은 접었지만 저는 소명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리를 떨면서 하나님을 향해 꼿꼿이 여쭈었습니다.

하나님. 일단 암걸린것 까지는 저의 음주가무 행적이나 여러 스트레스 조절을 못한 제 탓이니까 콜 받고.

그런데 이쯤 됐음 이 다음은 뭐해야할지 말씀을 해주셔야지유~~

암걸리고 5개월동안 하나님은 묵언수행중이십니다.

아무 답이 없으시네요. 쩝, 더 기다려야지유~~

그러나 저는 한가지를 깨달았습니다.

꿈이나 비전과 소명이 다른점이 무엇인가를.

소명은 내가 내일 죽는다 해도 오늘 이순간 까지 할수 있는 일.

내 삶과 죽음과 상관없이 내가 죽고 없어져도 누군가에 의해 이어져 갈수 있는 일.

예를 들어 농사도 이런 예에 해당될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일 죽어도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했나???

세상에서 제가 품었던 꿈과 비전은 내가 내일 죽는다 생각하면 신나게 이어갈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역할은 단순히 끝나고 누군가에 의해 대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대체되는것과 이어가 지는것은 엄격히 다른 의미입니다.

어떤 소명속에 제가 살아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가치있게 해 나갈수 있는 일.

그 소명을 찾아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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