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백일장] 사랑하는 우리 딸 로미에게...

2013.09.21 13:04 | 조회 1.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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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 로미에게

아직은 한국말이 서툰 사랑하는 내 딸 로미야. 6살 난 어린 네가 소아암에 걸려 한국에 온지도 어언 1년이 되어 가는구나. 캄보디아 현지 병원에서 4시간 긴 수술 끝에 참외만한 크기의 종양을 제거했지만, 그 첫 번째 수술이 크나 큰 화근의 시작이 될 줄은 아빠는 미처 몰랐단다. 첫 수술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너는 소변 누는 것 조차 힘들어 했지. 게다가 배가 돌덩어리처럼 단단해지고, 네 입술은 어느새 새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우리 로미는 또 다시 2차 수술을 받아야 했었지. 그날 밤 아빠랑 엄마가 수술실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 기다린 7시간은 마치 1년 같았단다. 2번에 걸친 대수술로 너는 지쳐 이미 탈진상태였지만, 40도를 육박하는 동남아 무더운 열대날씨에 30여명 환자들이 함께 쓰는 좁은 일반병동, 그리고, 밤새 모기와 싸워야 하는 열악한 환경은 너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던 것 기억나니? 아빠가 병원으로부터 너의 진짜병명을 들은 것은 수술후 이틀이나 지난 후였고, 이미 오른쪽 난소 하나를 이미 절제했다는 말도 그때서야 들을 수 있었단다. 이미 암세포가 장기 내 여러 군데에 전이가 되어 또다시 3차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마지막 말은 아빠의 머릿속을 온통 하얗게 만들어 버렸단다.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딸 로미를 그 지경까지 만든 현지병원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단다. 하지만, 숨조차 쉬기 힘들어하는 너를 병실에 그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어 실밥도 채 풀리지 않은 어린 너를 안고 황급히 병원문을 나섰단다. 너를 살려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단다. 하지만, 8살 난 로마 오빠랑 이제 겨우 갓 두돌이 지난 네가 제일 예뻐하는 여동생 로즈는 가정부 아줌마의 손에 맡기고 와야만 했었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을 챙기던 날 밤, 캄보디아에 남게 된 오빠랑 로즈를 부둥켜 안고, 우리 가족이 부둥켜 울었던 기억이 나니?

 

밤비행기로 6시간을 날아 다음날 한국의 국립암센터에 너를 입원시켰지. 하지만, 동남아 출신인 엄마를 닮아 눈이 크고 속눈썹이 짙어 예쁜 우리 딸 로미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항암치료를 잘 견디어 주었어. 새벽마다 이어지는 헛구역질 소리도 잘 참아주었고, 길고 짙었던 속눈썹이 빠져도 우리 딸 로미는 울지 않았지. 어린 너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매일 아침마다 한 움큼씩 빠져버린 너의 머리카락을 주워 담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아빠 엄마의 하루 일였단다. 그래도 우리 딸 로미가 너무나도 담대하게 항암치료를 잘 견디어주어 아빠랑 엄마는 그저 고마울 뿐이란다. 드디어, 너는 지난 달 말 3차 수술을 받았지. 이번엔 직경 14센티가 넘는 큰 암덩어리 뿐만 아니라, 간을 절반가량 잘라내는 대수술이었지만, 이번 수술 역시, 네가 참 용케도 견디어 주어 아빠랑 엄마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드는구나. 아빠는 그 동안 우리 딸 로미의 곁에서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지난날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온종일 우리 딸 먹거리에 고민하고, 치우고 닦는 허드렛일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 가슴 뭉클하게 귀중한 순간으로 다가 오곤 한단다. 그제 밤엔 엄마랑 수년간 길어온 너의 긴 긴 머리카락을 한국소아암재단에 기부키로 했단다. 네가 소중히 길러 온 머리카락을 나중에 가발로 만들어주고 싶다던 제 엄마도 그동안 도움을 주신 많은 분에게 이렇게라도 보답하고 싶다며, 흔쾌히 동의해주었단다. 아무쪼록, 아빠는 우리 로미의 예쁜 머리카락이 암과 싸우는 다른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선물이 되었으면 한단다. 나중에 네가 건강을 되찾고, 길고 고운 너의 머리카락이 다른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에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더 기뻐할 거라 아빠는 믿는다.

 

지금처럼 잘 견디어준다면, 내년에는 분명히 우리 씩씩한 딸이 반드시 완치가 될 거라 아빠랑 엄마는 굳게 믿어. 그때쯤이면 캄보디아에 이별하고 온 오빠랑 여동생 로즈와도 반갑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될거야. 그때는 꼭 우리 다섯 가족 모두가 다시 만나 즐거운 소풍 나들이 가자꾸나.

 

우리 로미 파이팅!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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