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름다운동행이 지키고 싶은 것들 -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동행
2026.06.12 14:23 | 조회 2.3k

요즘 아름다운동행을 바라보며

매니저로서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오래 함께해 온 회원들

열심히 활동하던 회원들

누군가의 질문에 늘 따뜻하게 답해주던 회원들

힘든 치료를 지나 완치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회원들이

하나둘 조용히 떠나고 있습니다

그냥 어느 날부터 글을 쓰지 않고

댓글을 달지 않고

안부를 묻지 않고

조용히 발길을 끊습니다

그 침묵이 더 아픕니다

아름다운동행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픈 기억을 다시 꺼내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술을 견디고

항암을 견디고

방사선을 견디고

두려운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완치 후에도

이곳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

“나도 이렇게 다시 살아가고 있다”고

가만히 보여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글들이

지금 막 진단을 받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나도 다시 걸을 수 있겠구나

나도 다시 밥을 먹고

여행을 가고

가족과 웃고

내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그 마음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암을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 회복의 이야기가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일상 글을 올리면

여행 후기를 나누면

암 이후 다시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왜 그런 글을 올리느냐”

“왜 속 편하게 사는 이야기를 하느냐”는 말들이 돌아옵니다

그 말들이 참 아픕니다

그분들이 정말 속이 편해서 그런 글을 올렸을까요

아픈 시간을 다 지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아무 걱정도 없어서

그저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글을 올렸을까요

그분들도 무너졌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밤새 울었던 날이 있었고

검사 결과 하나에 마음이 내려앉던 날이 있었고

다시는 예전처럼 살 수 없을 것 같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

겨우 다시 웃게 된 것입니다

겨우 다시 여행을 가게 된 것입니다

겨우 다시 자기 삶을 살아내게 된 것입니다

그 모습은 누군가를 약 올리는 글이 아닙니다

지금 아픈 사람 앞에서 자랑하려는 글도 아닙니다

이 길 끝에도 삶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밀어내면

아름다운동행에는 결국 아픈 이야기만 남게 됩니다

무너진 이야기만 공감받고

회복의 이야기는 눈치를 보게 됩니다

질문은 넘치는데

답해줄 사람은 사라집니다

고통은 남는데

희망은 사라집니다

경험을 나누는 분들에게 이어지는 과도한 개인 연락도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게시판에 남긴 경험 하나가

쪽지로 이어지고

카카오톡으로 이어지고

전화로 이어지고

때로는 새벽과 늦은 밤까지 이어집니다

묻고 싶은 마음

붙잡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이해된다고 해서

상대의 시간과 마음을 끝없이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의 연락일 수 있지만

하지만 답하는 사람에게는

그 한 번이 수십 번이 되고

수백 번이 됩니다

한 사람은 한 사람입니다

그분들도 환우이고

보호자이고

지금도 열심히 투병을 하며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동행 안에서 경험을 나누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 답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친절하게 답해준다는 이유로

계속 기대고

계속 묻고

계속 붙잡는 순간

그 선의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도와주고 싶어서 답합니다

나도 힘들었으니까

저 사람 마음을 아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

그런데 그 마음이 계속 소비되면

어느 순간 지칩니다

그리고 조용히 떠납니다

지금 아름다운동행에서

깊은 병기를 지나온 분들

완치 후 귀한 경험을 나누던 분들

오래된 회원들이 발길을 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힘든 일은

정성껏 달린 댓글들이

게시글 삭제 한 번으로 함께 사라지는 일입니다

앞뒤 맥락 없이 던져진 질문에도

누군가는 자기 시간을 내어 답합니다

자기 경험을 꺼내고

자기 치료 과정을 떠올리고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긴 댓글을 남깁니다

항암 부작용으로 저리다 못해 아픈 손가락

새까맣게 타들어간 손가락을 움직여 가며...

질문한 사람이

궁금증이 해결되었다는 이유로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댓글이 있었다는 이유로

글을 지워버리면

그 안에 담긴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사라집니다

댓글은 그냥 문자의 나열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시간이고

누군가의 마음이고

누군가의 지나온 고통입니다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지우는 일은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요즘 드는 생각...

아름다운동행이

계속 이렇게 모든 질문을 받아내는 공간이어야 할까?

새로 오시는 후배 암환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을 드리는 일은

중요하고 보람된 일 일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래 함께해 온 회원들이 상처받고

따뜻한 사람들이 지치고

회복의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면

운영자로서

방향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기존 회원들의 마음이 계속 소모되어야 한다면

질문하는 사람을 위해

답해주던 사람들이 계속 떠나야 한다면

희망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희망을 보여주던 사람들이 침묵하게 된다면

더 이상 건강한 공동체가 아닙니다

아름다운동행은

질문만 쌓이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답을 얻고 사라지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의 절박함을 이용해

자기 채널을 키우고

자기 이름을 알리고

자기 홍보를 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아파본 사람들의 시간을

끝없이 꺼내 쓰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곳은

암을 견디는 사람들의 자리입니다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의 자리입니다

다시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자리입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말없이 이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저는 앞으로

이 공동체를 오래 지켜온 분들의 마음을

더 우선해서 지키겠습니다

회복의 이야기를 공격하는 일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의 삶을 불편하게 몰아가는 일

경험을 나누는 사람에게 과도하게 기대고 연락하는 일

정성 어린 댓글을 가볍게 지워버리는 일

공동체의 신뢰를 자기 홍보의 발판으로 삼는 일

이런 태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동행을

단지 정보를 얻는 곳으로만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이곳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픈 사람이 있고

버티는 사람이 있고

겨우 회복한 사람이 있고

다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을 귀하게 여겨주십시오

그 마음을 함부로 소비하지 말아주십시오

잘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불편해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동행이 계속 아름다운동행으로 남기 위해

이제는 지켜야 할 사람들을

더 단단히 지키겠습니다

그 기준만큼은

앞으로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아름다운동행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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